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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피플 / 정세랑
작품에는 제목처럼 50명(사실은 51명이지만)의 인물이 등장한다. 각 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50여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더 읽다 보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서로에게 아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도 있고, 서로의 삶에 엑스트라 및 카메오처럼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인물들도 있다.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더 많다. 이는 마치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느껴진다. 전체로 봤을 때는 주인공이 없지만, 아주 작게 사람 개개인으로 따지자면 각자 모두가 주인공인 이 세상. 작가의 말처럼 주인공이 없으면서 모두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이런 말이 있다. 서너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다. 서양권에서는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라고 불린다. 아무리..
2024.01.09 -
조이와의 키스 / 배수연
시집의 제목, 표지의 색, 시, 해설 모든 게 어우러져 편안한 시집이다. 초반에는 그저 마냥 예쁘기만 한 시들이 있는 시집인가 했는데 2부에 들어서는 순간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각 부마다 색깔이 뚜렷해서 시집의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느껴진다. 해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해설도 정말 좋았다. 내가 시인이었으면 평론가에게 평생 고마워할 정도로. 해설을 읽고 다시 시를 읽어봤으면 좋겠다. 의성어가 들어간 문학 작품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 시집은 적재적소에 넣어 잘 어우러지니까 시가 훨씬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인만의 애틋하면서도 슬픈, 그러나 생기있는 장난이 돋보인 시집이다. 나에게 있던 "무엇"이 떠오른다기보다는 시인의 "조이"를 한없이 아껴주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
2024.01.09 -
온다는 믿음 / 정재율
순수하다. 읽는 내내 생각했다. 시 속 서사와 그를 아우르는 시인의 문체가 순수하게 느껴졌다. 일단 제목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고 순진하진 않았고 오로지 순수만이 담겨있었다. 짧은 소설을 한 편 읽은 기분이다. 시집에 엔딩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은 엔딩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한참을 머물러있었다. 모리키 씨를 그토록 찾던 화자는 결국 다시 모리키 씨와 재회한다. 온다는 것은 언젠간 간다는 거겠지만은 화자는 이제 잘 알고 있다. 결국 또 온다는 것을. 의 힘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떠날 테지만 그럼에도 또 온다고 믿음.
2023.07.20 -
어떤 이름에게 / 박선아
진짜 오랜만에 읽는 에세이.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광고를 보게 돼서 새벽에 홀린듯이 주문했는데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써내려가는 편지의 수신자들의 이름이 궁금해지다가 나의 사람들을 대입해보게 만들었다. , , 파트가 가장 좋았다. 작가만의 귀엽고 따듯한 상상과 낭만, 그리고 시선이 가득 담긴 책. 마지막 를 읽고 책을 덮기 전, 수많은 같은 이름 중에 나에게로 와준 유일한 이름들을 한 명씩 떠올려보았다. 또 한번 고마워지는 기분.
2023.07.19 -
녹턴 / 김선우
과거의 "나들"을 향한 레퀴엠. 그들이 이 될 때까지 홀로 불렀던 의 가사들.
2023.07.19 -
주소를 쥐고 / 윤은성
굴뚝. 연기. 여름의 오후. 18:15. 저녁. 과 같이 시간과 순간을 단어로 아주 간략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 매력있었다. 중반에 루즈해지다가 마지막 부에서 모든 게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제목을 정말 잘 지은 시집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화자가 꼭 찾고 싶은 이의 "주소를 쥐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마지막 부에서는 모든 걸 멈추고 어딘가에 정착해서 그간 있었던 모든 일들을 회상하는 느낌. 여름 어느 날 대낮, 한 시골집 툇마루에 볕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왠지 모르겠지만. 결국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