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PS 파트너 / 변성현

2023. 3. 26. 17:42me

20210720


"술집 여자이길 바랐는데, 후배였네? 마치 나처럼?"
"뭐?"
[담배를 피우는 윤정]
"야, 너 뭐 하는 거야?"
"아, 아, 이거? 아이고. 아이고, 맞다, 이거 끊었었지. 너 때문에. (승준의 맥주에 피우던 담배를 넣는다)"
[승준의 머리에 맥주를 붓는 윤정]
[맥주를 후배 최 양에게 던지려는 윤정. 그에 비명을 지르는 최 양]
"꼬마야, 너 몇 살이니? 스물넷? 다섯? 하, 얘 보니까 한창 네가 나 따라다닐 때 생각난다. 응, 그치?"
"윤정아, 네가 지금 무슨 오해가 있는,"
"닥치고 들어! 하, 넌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어떻게 된 게 너한테 잘하면
할수록 날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완식 선배."
"예?"
"선배도 기억나죠?"
"예."
"내가 그렇게 싫다고 했는데도 맥주 딱 한 잔만! 그 맥주를 한 잔, 두 잔 마셔주다 보니까 그게 5년이나 돼버렸다."
[완식의 맥주를 승준의 자리에 내려놓으며 자신의 맥주를 들고 앉은 윤정]
"(승준의 잔을 부딪히며) 마셔. 이게 너랑 나랑 마시는 마지막 맥주다."
[맥주를 벌컥 들이켜는 윤정. 현실]
"야! 뭘 이렇게 급하게 마셔."
[쿨럭이는 윤정. 웃는 동료들]
"언니가 술을 은근히 잘 마시나 보다."
[계속해서 웃는 동료들]
"천천히 마시라고. 체하겠다, 응?"
"야, 우리 제수씨가 술이 고팠나 보네. 야, 야, 술 좀 사드려, 인마."

.

"무슨 노래 부를래?"
"사랑 노래 빼고 아무거나?"
"사랑 노래는 왜?"
"그냥, 별로 안 좋아해."
"왜?"
"사랑 노래가 다 뻔하잖아. 사랑이라는 거 자체가 뭐, 워낙에 뻔한 거니까. 만나고 설레이고 헤어지고 아프고. 또, 다시 만나고. 그런 지겨운 반복이 싫어서 아마 사람들은 결혼을 하는 걸 거야."

.

"그거 본인 핸드폰인가요? 아니죠?"
"예. 제가 남자친구 되는 사람인데, 누구시죠?"
"아, 당신이 그 남자친구야? 7892, 맞지, 7892?"
"당신 누구야.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당신 여자친구가 자꾸 전화를 하니까 알지. 나 7895야, 어? 아니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번호를 잘못 누르면 어쩌라는 거야? 내가 오늘 어떤 오해를 샀는 줄 알아? 아니 단축번호 안 써, 그 아가씨?"
"예... 그건 제가 잘..."
"당신 여자가 잘못 보낸 문자 때문에 내가 오늘 파혼 얘기까지 나왔어. 저번에는 오밤중에 전화를 하질 않나. 그 여자 바꿔봐."
"아, 예, 저... 진정 좀 하시고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내가, 내가 지금... 어떤 기분인 줄 알아? 아냐고, 씨발! 아, 됐어요. 내가 번호를 바꾸든가 해야지."

-----

제목만 봤을 때는 싼마이 느낌 가득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꽤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사랑의 의미, 사랑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공감이 되진 않았는데 나이랑 경험이 쌓여서 다시 본다면 강하게 다가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변성현 감독 특유의 변태 같은 연출이 종종 보여서 재밌었다. 이런 것도 만들었구나...! 근데 구 년 전 영화이다 보니까 구린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특히 현승이랑 현승이 친구들 진짜 못 봐주겠더라. 윤정이 친구들도. 그냥 이건 옛날 영화다, 라고 자기 합리화하면서 봤다. 아무래도 상업 영화니까 감초 역할들이 필요한데 여긴 그 감초들이 흐름을 자꾸 깨서 불편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장면이 꽤 많았다. 예를 들면 현승이한테 여자 동료가 집적대는 장면이라든가. 윤정이랑 엄마랑 대화하는 장면이라든가... 삭제된 장면들 보니까 진짜 필요 없어 보이는 장면들이던데 자르고 잘라서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거지? 흠...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탄식 나왔다. 현승이가 결혼식 깽판 칠 때 진짜 꺼야 하나 생각했다. 이병헌이 휴대폰 보면서 으악 안 돼! 하면서 소리치는 짤처럼 봤다. 결말이 아쉬웠는데 그래도 나름 괜찮게 느껴졌던 이유가 결혼식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어서가 아니었을까... 근데 지성 연기를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러는데 원래 이렇게 연기를 못했나? 아닌데, 잘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영화는 몸에 맞지 않았는지 너무 못해서 놀랐다. 진짜 국어책 읽는다는 게 뭔지 느껴졌다. 욕도 못 하더라... 신소율은 생각보다 연기를 아주 잘해서 놀랐다. 특히 저 스틸컷은 가장 좋아하는 장면. 대사 하나 없이 표정만으로도 모든 감정이 다 드러나서 소름 돋을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김아중 연기도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나라도 없는 얘기 있는 얘기 다 끄집어내서 할 것 같다. 아무튼 김아중, 신소율의 재발견이었다. 초반에는 칭찬하다가 갈수록 욕이 된 것 같네. 아니 그래도 뭐 괜찮았음.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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