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들 / 홍상수

2023. 2. 9. 13:35me

20210504


별거 아닌 것들. 다 죽을 거면서. 죽은 친구가 옆에 있어도 자기 죽을 건 생각 안 하는 것들. 그러니까 저렇게 단정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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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사람은 감정이고 감정은 너무 쉽고 너무 힘 있고 너무 귀하고 너무 싸구려고 너무 그립다. 그렇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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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죽음으로 인해 가까워지는 남은 사람들.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만 사실 그 안타까움은 위선이자 우리의 처참한 삶에 대한 안도일 테지. 아무리 보잘것없는 인생이더라도 죽는 것보다야 낫지, 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갓 태어난 "풀잎들"뿐이다. 홍상수 영화는 다시는 안 보겠다고 다짐했건만,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묶은 채 맥북 화면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김민희의 스틸컷이 계속 생각이 나서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여전히 불친절하고 불편했다. 어쩌면 내가 영화 같은 불친절한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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