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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침대 / 박현욱
미지로
2023. 6. 17. 23:29

첫 번째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인 박현욱의 소설집. 엄청 오랜만에 "진짜 잘쓴다."라고 육성으로 말하게 된 소설이다. 문장이 정말 좋다. 과장하는 거 없이 한결같이 잔잔하고 수더분하다. 기복없이 일정한 텐션으로 끝까지 이어나가 담백하고 깔끔하다. 조용하고 나긋하다가도 건조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문체에 홀려 그리 동의하지 않는데도 설득 당하는 느낌이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진짜 오랜만인 기분. 바둑은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관심조차 없는데 <이무기>는 홀린 듯이 읽었다. 관심 없는 건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나로선 상당히 신기했던. 작품들 속 모든 인물이 결국 철저하게 혼자 남겨지는데 이 또한 아주 마음에 든다. 아쉬운 건 2003년 이후로 신작이 없으시다는 것... 서치를 오랫동안 했는데도 근황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설가를 찾았는데 너무 아쉽다. 뭐하고 지내시나요... 절필만은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 세 편의 장편도 읽어볼 예정이다. 천천히 야금야금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지. 올해 읽은 소설들은 거의 다 마음에 들어서 좋다. 이런 일이 결코 흔치 않은지라 아주 반갑고 고마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