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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 이승희
미지로
2023. 3. 26. 21:43










가난의 조각들. 옛날 시집 속 시들에는 오래된 책 냄새만큼이나 쿰쿰한 간난의 냄새가 난다. 이게 너무 좋아서 옛날 시집을 찾아 읽게 된다. 그래, 사람의 냄새란 이런 거지. 신기하게도 사진이 단 한 장도 실려있지 않은데 사진집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진을 순간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문학도 그와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장 종지"라는 시어가 참 많이 등장하는데 이걸 찾는 재미도 있다. 시인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인 것 같다. 시집을 덮고도 그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시집에는 "간장 종지"만큼이나 너무도 작고 내지는 너무도 익숙해서 우리가 미처 주변에 있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던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지극히도 일상적인 소재로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쓸 수가 있을까. 이게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내내 읽었다. 시인의 남다른 시선과 그것을 묘사하는 탁월한 능력에 대해 깊은 존경심까지 들었던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