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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동행 / 한승주
미지로
2023. 3. 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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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뭔가 남성 작가가 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역시나였다! 매일 소를 죽이는 화자와 죽어가는 아내의 대립이 인상적이었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는 소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절정이 시작되는데 구성도 참 괜찮았다. 소와 아내의 다른 점은 '피'였는데, 아무리 아파도 피는 흘리지 않던 아내가 결말과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피가 섞인 '시뻘건 오줌'을 흘리는 장면은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현재 아내의 모습에서 젊었을 적의 모습을 자꾸 비교하는 진부한 묘사... 굳이 그 시절을 회상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말도 아내를 예쁘게 포장하는 느낌이 연신 들었다. 오히려 정말 소처럼 처참하게 표현하면 어땠을까... 그리고 결말에 등장하는 그 칼도 잘못 건들다가 베여서 피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계속 칼집에서 칼날을 넣고 빼고 하는 것 밖에 안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근데 오히려 피가 나오는 장면이 더 진부하려나?) 솔직히 작품은 내 취향이라고 하기엔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 당선 소감을 읽고 멍해졌다. 꽤 젊은 작가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나이가 있다는 거에 놀랐고 게다가 등단한 지 이제 막 일 년이 넘은 젊은 작가라는 거에 더 놀랐다.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응원하게 만든다.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된다.